금요일 오후부터 갑작스러운 두통과
약간의 근육통이 있는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면서 체한 듯 아닌 듯 불편한 증상들이 좀 있었다
진혁이는 나에게 무엇이 먹고 싶냐 몇 번을 물어봐도
‘입맛이 없고 진혁이 먹고 싶은거 먹어’ 라 대답했다
진혁이를 만나면서 처음 느끼는 증상들과 든 생각이다
움직일 때마다 난 ‘몸이 왜 이러지?’
한달 넘게 휴식 없는 주말을 보내왔고
이번엔 특별한 일정없이
집에서 쉬면서 비 오고 주말에 + 쿠팡이츠 드라이브할 계획을 갖고 마트에 가서 장을 봐서 초밥 먹고 싶단 진혁이 초밥포장해 왔다.
몇 알 주워 먹고 냉장고에 맥주를 가져 다 달란 진혁이의 부름에 일어나려는 찰나 핸드폰에 뜬 (평소 멀리 던져두거나 엎어둔 진동상태)
‘엄마’에게 온 전화를 받으면서 냉장고로 향했다.
- 어 엄마 왜?
> 뭐 해?
- 밥 먹고 있어
> 서연아 할아버지 1시간 전 18:20에 돌아가셨어.
오늘은 밥 먹고 쉬고 내일 아침에 와
- ?
최근 몇 개월 동안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계셨고
진혁이를 만나고 나서 진혁이가 늘 옆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나보다 엄마가 더 힘들 거라는 말들을 해왔어선지
건강이 안 좋아서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말들을 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듣자마자 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상상을 했는데 막상 이야기를 들으니 멍 했다.
자동반사하듯 무슨 말이 나오거나 눈물도 왈칵 나오지 않고 찡그린 표정으로 뒤돌아 진혁이를 보며 전화를 건네었던 것 같다.
기억에 없는 순간-
진혁이가 전화를 건네받았던가..
내가 그냥 전화를 알겠다 하고 끊었던가..
냉장고로 향했던 발걸음을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앉고
난 가만히 있었고 우리 둘 밖에 없는데 주변이 분주하게 느껴지면서 여기저기 전화해 부고를 알리고 있는 진혁이를 보면서 몸으로 느껴졌다.
진짜 돌아가셨구나..
늘 상상해 왔을 때처럼 소리 내 울기 시작했고 이내 금방 울다 멈추고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깨끗하게 씻고 내일 말고 지금 가야 더 빨리 만나니까
울면서 무슨 생각으로 씻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난 그때 받아들이는 중인 걸까
믿지 못하는 중인 걸까 기억에 없다.
씻고 나오니 먹던 자리는 깨끗해져 있었고 뭘 입고 가야 하는지 뭘 신고 가야하는지
지금 가도 되는지 가면 할아버지는 몇 시에 도착하시는지
진혁이에게 여러 질문들을 쏟아내면서 나갈 채비를 했다.
간단한 짐과 함께 차 시동을 걸고 출발준비를 하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다시 왔다.
어디냐고 지금 출발할 수 있냐고 어디로 오라고
“엄마 1시간 전에 돌아가셨어?
내가 진혁이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입맛이 없었어
몇 시간 전부터 두통이 좀 오고 몸이 좀 이상하게 느껴지고 부분 복통도 느껴졌고 그냥 오늘 좀 그랬는데
엄마 전화받고 나니까 그 증상들이 없네.
내가 지금 아픈걸 못 느끼고 있거나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뭘 느끼고 있었던 것도 같아”
할아버지에게 가는 중에 그저 조용했다.
난폭운전자를 향해 간간한 진혁이의 부정적인 기분표현
흘리다 울다 흐느끼는 눈물에 코 푸는 내 감정소리만 차 안에 있었다.
이게 우리의 가깝고도 먼 64km에 대한 소리고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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