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따뜻하고 신기한 일이었다.
톨게이트를 막 벗어나 바로 앞에 신호등이 있었고
우린 그 신호등에 걸렸다.
- 저 차 할아버지 같으셔
엄마에게 전화를 걸며 진혁이가 말했다.
- 장모님 , 지금 혹시 신호등에 서계신가요?
> 어 맞아. 옆에 있어?
정말 돌아가셨구나..
1,2분 차이로 할아버지를 모신 구급차가 신호에 걸리지 않고 지나갔을 수도 있는데 같은 시간, 같은 신호에 걸렸다는 게 신기했다.
할아버지가 잘 왔다고, 오느라 고생했다고 맞이해 주는 것 같았고 따뜻함도 느껴져서 어리광 피우듯 눈물이 났다.
운전할 때마다 보이던 구급차는 이렇게 모실 때도 있구나 싶다가도 저 차 안에 할아버지가 계신다고 생각하니 얼른 차에서 내리고 싶었다.
할아버지를 모신 구급차는 안치실 근처로 향했다.
진혁이가 주차하려는데 나의 시선은 구급차 쪽을 향해있었고 그 모습을 보더니 내려도 된다고 말해줬다.
얼른 뛰었다.
하얀 시트에 돌돌 감싸져 있는 할아버지..
작았다.. 사랑이 컸던 만큼 크게 보였던 할아버진데 엄청 작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염하시기 전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던 시간이었네..
나라도 볼 수 있게 시간 맞춰 와 줘서 고마워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나 맞이해 줬는데 난 할아버지 보자마자 울기만 했네.
할아버지한테 쓰고 싶은 말들도 모두 여기에 적어둘 테니까 가끔 와서 읽어줘.
사무실로 가라는 말에 눈물을 훔치며 엄마에게 향했고 그때부터 인터넷에서만 봐왔던 장례절차를 밟았다.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금액마다 품목이 달라지는 걸 보며 돈이 없으면 장례 치르기 힘들겠단 생각도 들었다.
서류를 챙기느라 늦은 아빠도 도착했고 서울에서 근무하는 남동생과 동생의 여자친구도 같이 와줬다.
이렇게 또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 한쪽엔 영정사진 속 할아버지 얼굴을 보니 허망하고 멍 했다.
이제 할아버지를 마주할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게 힘들게 느껴졌다.
내 휴대폰 속 할아버지 사진과 영상은 많지만 목소리가 담긴 게 없는 점이 제일 속상했다. 영정사진을 바라볼 때마다 내 이름을 부르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맴도는데 실제로 음성을 듣지 못하는 거.. 좀 더 지나면 내 기억 속 할아버지 음성이 희미해질 거라는 거..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마주 앉아 얘기할 때엔 당시 한 번 더 눈 맞추고 얘기하는 거에만 집중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도 얘기를 하게 된다..
음성이 담긴 영상을 남겨두시라고..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도 말할게요.
사랑하는 가족과 얘기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두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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